호남의 역사와 문화를 조명하는 귀중한 문헌 10만여 점이 제대로 쉴 곳을 찾지 못하고 있다.

호남문헌연구원(원장 홍순목)은 지난 2월 기준 10만 4200점의 문헌을 수집했지만, 이를 안전하게 보관하고 연구할 독립된 공간이 부족한 상황이다. 연구원은 현재 타 기관의 건물 한 층을 임대해 사용하고 있어 보관 시설이 열악하다.

이곳에 모인 자료는 그 가치가 각별하다. 16세기 조선의 대표 지성인 퇴계 이황과 고봉 기대승이 사단칠정론을 두고 8년간 주고받은 100여 통의 편지 초고본이 대표적이다. 이 외에도 임진왜란 당시 의병을 일으킨 서산대사 휴정의 친필 편지, 조선 후기 실학자 다산 정약용의 저작 관련 자료 등 호남을 중심으로 한 다양한 고문헌과 근현대 서적이 포함되어 있다.

홍순목 원장은 "현재 사용 중인 건물도 노후화되어 가벼운 고문서는 겨우 괜찮은 수준"이라며 "무게가 나가는 근현대 서적을 추가로 수집하는 것은 물리적으로 부담스러운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그는 문헌의 체계적인 보존과 연구를 위해 독립된 공간 확보가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연구원은 호남문헌연구원을 설립·운영하는 한국학호남진흥원과 함께 이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광주광역시, 전라남도 등 관련 지방자치단체와 본격적인 논의를 시작할 예정이다. 호남의 소중한 문화유산이 안전한 '집'을 찾을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