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0년 전 호남 지역 한 사대부 집안 여성이 한글로 쓴 요리서 '음식보'가 현대어로 해석되어 곧 우리 손에 책으로 찾아온다.

한국학호남진흥원은 20일, 소장 중인 고문서 '음식보'를 현대 한글로 완역한 전통 음식 재현 조리책을 조만간 발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음식보'는 전라도 음식의 역사와 조리법을 알 수 있는 귀중한 자료로 평가받아 왔다.

이 요리서의 이면에는 따뜻한 가족사가 숨어 있다. 서문에 "슬프다. 나이 든 내가 어미 없는 손녀를 두고 특별히 사랑했는데 세월이 물 흐르듯 하여 벌써 아홉살이 되었다. 이제 온갖 일과 여자의 도리를 배울 때이다"라는 할머니의 손녀에 대한 애틋한 마음이 적혀 있다. 할머니는 손녀가 삶의 지혜를 익히길 바라는 마음으로 이 요리서를 남긴 것으로 보인다.

안동교 한국학호남진흥원 자료교육부장은 "호남 지역에서 발굴된 사대부 집안 여성이 한글로 쓴 요리서는 '음식보'가 유일하다"며 "단순한 조리법 기록을 넘어 당시 여성의 삶과 정서를 엿볼 수 있는 문화사적 가치가 큰 자료"라고 설명했다.

이번에 출간될 조리책은 난해한 고문서의 내용을 누구나 이해할 수 있게 풀어쓰고, 현대의 주방에서도 따라 할 수 있도록 조리법을 재현하는 데 중점을 뒀다. 이를 통해 270년 전 전통 음식의 맛과 그 안에 담긴 정성을 오늘날에 되살리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윤지혜 기자 yoon.jh@korea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