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국립아시아문화전당(ACC)에서 아시아의 역사와 기억을 영상으로 풀어낸 대규모 전시가 문을 연다. ACC는 오는 19일부터 9월 27일까지 복합전시2관에서 'ACC 필름앤비디오-아시아의 장치들' 전시를 개최한다. 아시아 실험영화 감독 및 영상작가 31명이 참여해 총 64개 작품을 선보이며, ACC 개관 이래 최대 규모의 영화 전시다.
꿈꾸는 듯한 '장치'의 의미
전시 제목의 '장치(Apparatus)'는 카메라, 스크린, 영사기 등 영화의 기계적 장치를 뜻하면서도, 영화를 보거나 만들 때 현실과 비현실이 교차하는 심리적 과정을 의미한다. 나아가 국가나 사회의 제도를 작동시키는 요소까지 아우른다. 전시는 이 다양한 의미를 통해 아시아 각 지역의 역사와 사건들을 작가의 미학적 관점으로 풀어낸 작품들을 소개한다.
3층 원형 구조물, '시네마 빌리지'로 변신
복합전시2관 3층 높이의 원형 구조물을 '시네마 빌리지'로 조성한 것이 이번 전시의 특징이다. 1층 도입부는 아시아 여성의 서사에서 출발한다. 역사에서 소외돼 온 여성들의 경험과 기억을 불러내 새로운 이야기를 시작한다. 이곳에서는 봉준호 감독이 대학 시절 제작한 영화 '백색인'과 광주극장 상영관을 재현한 공간도 만나볼 수 있다.
2층으로 올라가면 아시아에서 일어난 다양한 사건과 사회의 단면이 펼쳐진다. 유휴공간에서는 19명의 그래픽 디자이너가 각 작품에 대한 시각적 해석을 포스터 형식으로 선보인다. 3층에 이르면 전망대처럼 전시 전체를 조망할 수 있는 공간이 나온다. 거대한 와이드 스크린에서는 '도시 속 타워크레인'을 담은 작품과 5·18민주화운동을 포함한 80년대 한국 사회 풍경을 담은 작품이 교차 상영된다.
원형 구조물 주변은 영화관, 기차역, 기숙사, 편의점 등 일상적인 장소이자 서로의 시간과 기억을 공유할 수 있는 공간으로 꾸몄다.
50년 잠든 한옥희 감독 미공개작, 시민 앞에 첫선
이번 전시에서 가장 주목할 성과는 한국 최초의 여성 실험영화 집단 '카이두 클럽'을 이끌었던 한옥희 감독의 미공개작 발굴과 복원이다. ACC는 지난해 한 감독의 자택을 여러 차례 방문해 50여 년간 잠들어 있던 1975년작 '세 개의 거울'의 원본 필름을 찾아냈다. 이 작품은 당시 독일문화원에서 상영했다는 기록만 남아 있을 뿐 이후 공개된 적이 없다. ACC는 기존에 수집한 5편을 포함해 총 6편의 필름을 정교하게 복원했으며, 이번 전시를 통해 시민에게 처음으로 공개한다.
관람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한옥희 감독 작품 6편은 음성 화면 해설이 포함된 '배리어 프리'(장애인 접근성 보장) 버전으로도 선보인다. 오는 19일 오후 3시 개막식에서는 '세 개의 거울'을 당시 상영 방식대로 영사기에 16mm 필름을 돌려 관람객에게 보여줄 예정이다.
김상욱 국립아시아문화전당장은 "이번 전시를 통해 ACC가 다양한 장르를 아우르고 확장해 나가는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라며 "아시아 예술이 보여주는 실험과 도전을 시민들과 나눌 수 있는 플랫폼 역할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전시는 9월 27일까지 광주 국립아시아문화전당 복합전시2관에서 관람할 수 있다. 문의는 전시기획과(062-601-4410, 062-601-4425)로 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