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년째 바뀌지 않은 납품대금 지급 기한을 절반으로 줄여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중소벤처기업연구원(원장 조주현)은 5월 21일 '중소기업 유동성 제고를 위한 대·중소기업 대금지급 기한 단축방안' 보고서를 내고, 현행 하도급법·상생협력법상 60일인 수·위탁 거래 대금 지급 기한을 30일로 단축할 것을 제안했다.
실제 거래 데이터로 본 현실
연구원이 6,795개 기업, 83만 2,469건의 거래 데이터를 3개년(2022~2024년) 평균 분석한 결과, 실제 대금 지급 기간은 평균 27.4일에 불과했다. 기업 규모별로는 대기업 22.5일, 중견기업 28.3일, 중소기업 30.7일이었다. 이미 실제 거래에서는 30일 안팎으로 결제가 이뤄지고 있지만, 법정 기한은 60일로 남아 있어 법과 현실이 괴리된 상태다.
업종별로는 건설업이 32.5일로 가장 길었고, 제조업(28.4일), 운수·창고업(27.2일) 순이었다. 특히 중소기업 중에서는 도매·소매업이 40.6일, 건설업 34.9일, 제조업 30.7일로 지급 기간이 상대적으로 길었다.
소상공인 자금사정 악화와 대금 회수 지연
보고서는 중소기업의 자금사정이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2026년 2월 중소제조업 자금사정 체감지수(SBHI)는 전월 대비 6.4포인트 하락한 77.5를 기록했고, 중소기업 대출 연체율은 0.82%로 전년보다 0.05%포인트 상승했다. 자금사정 악화 원인으로는 판매부진(59.0%), 원부자재 가격 상승(51.8%)에 이어 판매대금 회수 지연(8.5%) 도 주요 요인으로 꼽혔다.
소기업·소상공인의 46%가 자금사정이 악화됐다고 응답했으며, 외부 조달 자금의 70.3%가 구매대금 지급에 쓰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금 회수가 늦어질수록 금융비용 부담이 커지는 구조다.
해외는 이미 30일 의무화
EU, 미국, 영국, 싱가포르 등 주요국은 공공 부문에서 수·위탁 대금 지급 기한을 30일로 의무화하고 있다. EU는 B2B 거래까지 30일을 원칙으로 하며, 미국 연방정부는 하도급업체에 대해 7일 이내 지급을 규정한 주도 있다. 영국은 기업이 자발적으로 대금 지급 실적을 공시하도록 해 투명성을 높이고 있다.
단축 효과와 정책 제안
연구원은 대금 지급 기한 단축이 중소기업의 현금 유동성 확보, 금융비용 절감, 투자·고용 확대, 나아가 대기업의 공급망 안정화와 국가적 양극화 완화 등 사회경제적 편익을 창출한다고 분석했다. 이정환 연구위원(자료 인용)은 자동차 산업 사례를 들어 대금 지급 기한을 60일에서 30일로 줄이면 산업 전체에서 연간 약 820억 원의 금융비용이 절감된다고 추정했다.
백훈 연구위원은 세 가지 정책 방안을 제시했다.
- 법정 기한 단축 및 단계적 적용 : 하도급법 제13조, 상생협력법 제22조의 60일을 30일로 개정하되, 지급 여력이 부족한 중소기업 등에는 단계적 유예 적용 검토
- 외상매출채권 결제 만기 단축 및 예산 확대 : 은행권 외상매출채권·외담대 만기 기간을 단축하고, 매출채권보험·팩토링 등 지원 예산(2026년 1,864억 원) 확대
- 자발적 단축 여건 조성 : 동반성장지수 평가 항목에 납품대금 지급 기간을 신규 포함하고, 기업이 지급 기간을 자발적으로 공개하는 문화 확산
조주현 중소벤처기업연구원장은 "중소기업이 자금사정 악화에 직면한 이때, 지난 50년간 고착화된 수·위탁 거래 대금 지급 기한 단축은 중소기업에 실질적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보고서 원문은 중소벤처기업연구원 홈페이지(kosi.re.kr)에서 내려받을 수 있다.